brunch

매거진 음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Oct 13. 2022

빛을 건너 그날의 널 볼 수 있다면

하현상 / 3108

하현상의 <3108>을 듣게 된 건 그가 멤버로 있는 '호피폴라'라는 밴드를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호피폴라'의 곡을 듣다가 우연히 이 곡을 알게 되었다. 이 곡은 EDM 사운드에 서정적인 멜로디가 더해진 곡으로 하현상이 직접 작곡, 작사했다. 잘 들어보면 노래 중간에 나오는 사운드가 그의 서정적인 목소리와 맞물려 아주 매력적이다.


궁금한 건, 곡명 <3108>이 무슨 뜻인가였다. 3108 (3x10^8km/s)'은 빛의 속도를 공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빛보다 빠르게 과거로 달려가 그때의 너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고 그는 말한다. 얼마나 다시 만나고 싶었으면 빛보다 빠르게 과거로 달려가고 싶었을까. 그런다고 이미 끝나버린 사람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발끝에 닿을 듯한 어둠에

그림자마저 사라져

등 뒤로 도망가는 너란 해


궤도를 벗어난 행성

이별에 우린 부딪히려 해

난 차라리 모든 걸 잊어버린

너를 원해


흐르는 별들 속에 헤매던 그때

이뤄지지 않을 꿈 안에 갇혀 fly away

빛을 건너 그날의 널 볼 수 있다면

지금 너와 난 영원을 속삭였을까


깜깜한 어둠을 건너

안타까운 시간을 돌려

한 번 더 너를 안을 수 있게


슬픔에 닿기 전에

난 돌려보려 해

그때 그 자리로


<하현상 _ 3108>






끝 모습이 아름다워야 하는데, 연인들이 헤어지는 모습은 그렇지 않다. 소위 쿨하지 않은 것이다. 이별은 대개 일방적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헤어지기 싫은 사람과 이제 그만 만나려는 사람 간에는 감정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한 편의 집착과 다른 한 편의 무관심이 낳은 엇갈린 시선밖에는.


함정임 작가 또한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질투 없는 사랑, 죄(의식) 없는 사랑, 두려움 없는 사랑, 번민 없는 사랑, 상처 없는 사랑, 이별 없는 사랑, 절망 없는 사랑이 있겠는가? 사랑은 매 순간 가늠할 수 없는 존재의 심연이다."라고.


가사에선 영원을 언급하고 있는데, 영원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미 영원하지 않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순간을 살다 갈 뿐인 인간이 영원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그런데 가끔은 그런 모순에 기대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빛보다 빨리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래서 과거를 지울 수만 있다면. 그러나 빛은 시간이고 시간은 곧 빛인 것을. 후회와 안타까움은 우리의 운명인 것을. 이동섭 작가는 <파리 로망스>에서 이렇게 썼다. 이별이란 함께 했던 과거가 아닌, 함께 하지 못할 미래의 상실이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