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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27. 2022

이 순간 내가 별을 쳐다본다는 것은

러시아와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전쟁의 막바지, 퇴각하는 프랑스군과 뒤쫓는 러시아군. 누가 승자고 패자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희미해질 무렵 <전쟁과 평화>에는 병사들이 별들이 총총한 늦은 밤, 들판에 누워서 쉬는 장면이 나온다. 


한참 떠들다가 피곤한지 점점 목소리는 잦아들고, 아직 잠들지 못한 병사 한 명이 문득 밤하늘을 쳐다보며 이렇게 감탄한다. “오오! 세상에, 세상에! 별이 정말 대단하군! 추워지겠다…..” 이윽고 모두 조용해졌다. 뒤이어 톨스토이가 묘사하는 문장이 이렇다. 


“별들은 이제 아무도 자기들을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듯 어두운 밤하늘에서 마음껏 빛으로 뛰놀았다. 반짝이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면서 기쁘고도 신비로운 뭔가에 대해 서로 바삐 속삭였다.” (4권, 307쪽)


문장이 어떻게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나는 이름 모를 병사가 본 밤하늘의 그 별들을 보지 않고도 아름다웠던 그 찰나의 순간을 이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피천득 선생의 말처럼 그 순간 그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이었을까. 전쟁이라는 아수라장 속에서 본 별이어서 더 아름답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전쟁을 한다고 소란스럽지만 자연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소란과 침묵, 인간과 자연, 전쟁과 평화.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어떤 존재이어야만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어느 주말 <전쟁과 평화>를 읽으며 나도 카페의 소란스러움을 잠시 잊었다.


가을 하늘답게 맑고 청명한 하늘, 저 하늘이 아름다운 별들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경이로웠다. 하늘은 아무에게나 별을 보여주지 않는다.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잠시 그 자태를 드러낼 뿐, 그러니 우리는 하늘을 자주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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