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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03. 2022

최선의 자기 자신이야말로

이태원 클라쓰 / 조이서의 사랑

오늘은 다시 <이태원 클라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주인공 조이서(배우 김다미), 그녀는 좋아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다.


소시오패스는 타인과 아예 감정의 교류가 되지 않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인 '사이코패스'와는 다르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성공이나 성취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나쁜 짓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목표 지향적이지만 타인과 감정적인 교류는 가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박새로이(배우 박서준)가 좋아하는 오수아(배우 권나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박새로이를 포기하지 않으면 망가뜨리겠다고. 드라마에서는 귀여운 얼굴에 동안이기까지 한 김다미가 조이서를 맡아서 분위기가 희석되었지만, 다른 배우였으면 섬뜩했을 것 같다.


소극적인 오수아와 달리 조이서는 박새로이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매우 적극적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한다.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몇 년 계획을 세울 정도로 치밀하다.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난다.


조이서는 오수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부자가 되면 나한테 와라. 나 힘드니까 장가 부숴줘라. 온통 다 자기 생각!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냥 바라기만 하잖아. 적어도 한 가지는 알겠어요. 누가 더 대표님을 사랑하는지를. 대표님 얘기 듣고 나는 무슨 생각했는지 알아요. 부자? 내가 만들어줄게. 대표님 힘들게 하는 장가? 내가 부숴줄게."

융 학파 정신분석가인 제임스 홀리스(James Hollis) 교수는 그의 책 <사랑의 조건>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타인과 맺는 애정관계의 질 quality은 우리가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와 정비례한다.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는 무의식 수준에서 작동하므로 타인 및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드라마와 역학관계는 대부분 우리 자신의 심리를 표현한다.


그렇다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더 의식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최선의 자기 자신이야말로 우리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누군가와 제대로 된 사랑을 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과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나와 잘 지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과 잘못 지내면서 다른 사람과 잘 지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먼저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해야 한다.


제임스 홀리스는 다시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용기라고.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이 사람도, 다른 어떤 사람도 내게 주지 못해.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나만 쟁취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을 얻을 수 있다고."




조이서가 그랬다. 박새로이를 사랑하기 전부터 그녀는 매사에 자신이 최고라는 자존감이 매우 높았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녀였기에 박새로이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다. 때로 그게 지나쳐 소시오패스 성향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부분은 의리와 소신으로 뭉쳐진 박새로이가 적당히 조정해 주었으니 두 사람의 관계는 사업적인 성공을 넘어 남녀 간의 사랑으로까지 완성될 수밖에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엇보다 둘 사이에는 어려운 순간에 서로를 도와주고 끌어주었던 필생의 인연도 뒷받침되었다. 의지와 인연이 합쳐지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관계가 형성된다. 물론 그들의 인연은 조이서가 박새로이의 사랑을 얻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지속되기 어려웠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조이서의 변함없는 사랑을 나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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