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국화가 다른 꽃보다 뛰어난 점이 4가지 있다고 했다. '늦게 피는 것, 오래 견디는 것, 향기로운 것, 아름답지만 화려하지 않고 깨끗하지만 차갑지 않은 것.'
언뜻 보아서는 그게 뛰어난 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빠르고 신속하게 무언가를 얻고, 겉모양이 화려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국화의 장점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화는 단점을 장점화시킨 꽃이다. 그 점을 발견한 다산의 안목이 놀랍다.
조선시대 홍유손이라는 천민 출신의 문인은 빨리 출세하고 싶은 젊은이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한다.
“국화는 늦가을에 피는데, 된서리와 찬바람을 이기고 온갖 화훼가 사라진 뒤에 홀로 우뚝한 것은 성취가 빠르지 않기 때문이지. 모든 사물은 성취가 빠른 것이 재앙이라네. 빠르지 않아 성취가 늦은 것이라야 그 기운을 굳건하게 할 수 있는 법이네. 그 까닭은 무엇이겠나?
천천히 천지의 기운을 모아 흩어지지 않게 하고, 억지로 정기를 강하게 조장하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세월이 경과하도록 하여야 자연스러운 성취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일세. 국화가 이른 봄에 싹이 돋고 초여름에 자라고 초가을에 무성하고 늦가을에 울창하므로 이렇게 될 수 있는 것이라네."
참으로 놀라운 성찰이다. 사도 바울 역시 자신이 약한 것을 자랑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약함을 인정함으로써 스스로를 낮추어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있었다. 그의 약점은 사실 강점이었다. 우리는 논리적인 면을 추구하지만 세상은 논리로만 통하지 않는다. 논리라는 것도 인간이 만든 것일 뿐.
다산의 말대로 국화에서 배워야 한다. 아름답지만 화려하지 않고, 깨끗하지만 차갑지 않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물이 우리 곁에 있는 것은 단지 보기 좋으라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오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 그동안 어떻게 공부를 했든 시험 앞에서는 긴장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이 시험으로 앞으로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많은 과정이 결정된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게 맞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자기가 공부한 만큼 최선의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이제 단풍이 막바지다. 겨울이 온 듯하더니 잠깐 멈춘 것 같다.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