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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02. 2021

가 난

인터뷰/박연준 시인

전날 늦게 자면 다음날 오전이 힘들다. 이상하게 밤에는 피곤한 줄 모르고, 자야 할 때인데도 깨어 있게 된다. 어제도 자야 할 시간이 지나서까지 깨어 있었다. 딱히 하는 것도 없다. TV를 보는 것도 아니고, 산책을 다녀온 후 낮에 읽지 못한 신문이나 책을 보는 정도인데,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지나고 나서야 아는 게 문제지만, 순간순간을 잘 판단해야 한다. 오늘도 잠이 부족해 피곤이라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는가. 오늘은 일찍 자야지, 다짐해 보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며칠 전 신문에서 박연준 시인의 기사를 봤다. 시인은 파주에 사는데, 숲 속을 거닐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인터뷰한 기사였다.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 부분이다.


“돈이 없는 게 가난이 아니에요. 여러 방면에서 작아지는 것. 생각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가치관도 작아져서 획일화되고 갇히는 것이 가난이라고 생각해요.”


돈이 많다고 부자는 아니다. 편협된 생각,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 오직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 자신의 것을 지켜야겠다는 강박감 등이 내 안에 있다면 여전히 가난한 것이다. 극복하는 길은,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더 나아가 그런 한계를 지닌 나마저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돈이 많으면 좋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원하는 것을 얻으면, 원치 않는 것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적당한 것이 좋다. 약간 부족한 듯 사는 게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다. 집착을 버리는 것은 아마 그런 경지에 이르러야 얻어지는 안식과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을 1년 6개월간 끊은 적이 있어요. 궁금하면 바로 뭔가를 검색하게 되다 보니 스스로 인생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검색할 수 없었을 때는 더 많은 걸 얘기해보고, 궁금증을 크게 끌어안고 집에 와서 다른 방식으로 찾아봤잖아요. 그땐 더 많이 간직하고, 더 풍요로웠어요.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정보를 얻는 대신 가난해졌어요.”


박연준 시인의 말이 내가 살고 싶은 방향과 같다. 이젠 좀 부유해지고 싶다. 정신적으로.




“경제 불황이 닥쳐오자 사람들은 가난하고 불행하다며 불평만 해댔다. 소비를 줄이는 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존감을 포기해 버리고 품위를 잃어버리는 것, 그것이 최악의 가난이다.”


<Alexander von Schon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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