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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06. 2022

간섭하지 말고 비난하지 말고

강혜선 / 나 홀로 즐기는 삶

강혜선 교수가 쓴 <나 홀로 즐기는 삶>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다. 조선시대 초야에 묻혀 살았던 선비들의 삶, 추구했던 가치들 그리고 그들의 좌절과 희망이 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던 건 인간의 삶이 반복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출판사의 서평이 이렇다.


"사람들은 사는 날 동안 권력과 돈과 명예를 위하여 온 힘을 다한다. 그러나 죽고 나면 그 모든 것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100년, 200년 후 우리가 그들로부터 받는 감동은 그렇게 수단과 방법을 다해 거머쥔 권력이나 돈이나 명예에서보다는 그들이 보여준 인생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다.  『나 홀로 즐기는 삶』에서 소개되는 삶의 예들에서는 선택한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나는 장혼(張混, 1759-1828, 조선 후기 문인)이라는 선비의 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사람들의 비판은 그대로 들으면 그만이요, 사물의 흑백은 보이는 대로 보면 그만이다. 나에게 닥친 험난함과 평탄함, 괴로움과 즐거움은 만난 대로 피하지 않으면 그만이요, 기쁨과 성냄, 좋아하고 미워함은 당한 대로 드러내지 않으면 그만이다. 무릇 모든 일의 다소는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더러움, 맑음과 흐림을 구분하지 말고, 간섭하지 말고, 비난하지 말고, 자랑하지 말라."

이 책을 읽는 내내,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전 동기 변호사와 식사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이번에 수능을 본 아이들 얘기로 옮겨갔다. 만족스럽지 않으니 실망하게 되고, 다시 한번 해 보겠다는 뜻도 비친다고 한다. 의지가 있으면 다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기준 때문이라면 얼마든지 찬성이다.


나는 무엇보다 수능 문제에 대해 말했다. 국어 시험에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 위약벌은 법률전문가들도 해석이 쉽지 않은 개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다녔던 법대의 경우 3학년 채권법 시간에 배우는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문에 설명이 되어 있었을 테지만,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보는 국어 시험에 굳이 그런 전문적인 내용이 나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변별력을 높이려고 그러는 건 이해가 가지만, 국어 시험 아닌가. 문학, 시, 고전 중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문제를 낼 수 있다.


문제를 위한 문제, 시험용으로 내는 문제 속에서 과연 우리나라 교육에 미래가 있을까, 답답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선비들이 살았던 조선시대에도 이랬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화려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이 아니다. 돈과 권력, 명예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사람들이다. 아니, 스스로 거리를 두었던 사람들이다.


지나고 보면, 그런 외형적인 것들은 모두 부질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삶을 사랑하고, 내가 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하지 않고서는, 그 무엇을 얻어도 다 구름을 쫓는 헛된 일에 불과하다. 아마 이 글 속에 등장하는 선비들도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나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마음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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