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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19. 2022

무엇보다 마음을 지켜야

기다림

지인이 갑자기 몸이 안 좋아 병원 응급실에 갔다. 응급실인데 자리가 없어 침대에 눕지도 못하고 몇 시간째 복도 의자에 앉아 대기 중이라고 한다. 당연히 병실은 언제 날지 모르고. 걱정하는 내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괜찮습니다. 병원은 늘 이런 곳이라 기다리는데 익숙합니다. 지루하게 기다리는데 오히려 좋았어요. 오랜만에 사람들 구경도 하고... 그렇게 제 마음을 지켜야죠."


그다음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나도 병원에 다니지만 늘 불만이었다.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도 힘들지만, 검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의사와 대면하는 진료시간이 단 몇 분에 불과하다는 것도 허탈했다. 무엇보다 기다리고 검사받는데 지쳐버린다.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비슷하다. 좋은 일이 있다가 안 좋은 일이 있고, 그 반대로 되기도 하고. 예측 불가능한 삶. 그럼에도 상황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떻게든 지켜야 할 건 내 마음이다. 나는 그 사람만큼 그게 잘 안된다. 천성이 부정적이어서 그런지 살면서 불평, 불만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오래전에 본 영화 <조커>에서 주인공 아서가 자기는 늘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 고백처럼.


어쨌든 그의 말을 통해 행복한지는 마음 상태에 달린 것이지 삶의 조건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는 기다리는 동안 자기보다 더 아픈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의 병과 상황이 그를 성숙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아니면 원래부터 그런 좋은 성품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음먹는 게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 다행히 병실이 비어서 입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정말 다행이다.

"기다린다.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누구도 다가오지 않는 시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기다림의 시간을 겪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은 형벌의 시간이며 동시에 축복의 시간임을. 당신, 지금 기다리고 있는가?"


<조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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