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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an 21. 2023

不在는 無가 아니었는데

존 버거 / A가 X에게

"不在(부재)가 無(무)라고 믿는 것보다 더 큰 실수는 없을 거예요. 그 둘 사이의 차이는 시간에 관한 문제죠. 무는 처음부터 없던 것이고, 부재란 있다가 없어진 거예요. 가끔씩 그 둘을 혼동하기 쉽고, 거기서 슬픔이 생기는 거죠."


존 버거의 편지로 씌어진 소설 <A가 X에게>에 나오는 글. 그렇다. 무(無)란 원래부터 없었던 거고, 부재(不在)는 있다가 사라진 것. 원래부터 없었던 것은 지금 없어도 딱히 아쉬울 게 없지만 있다가 없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어떤 '부재'가 주는 상실감은 꽤 크다. 때로 존재를 충격할 정도로.


작사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연정 역시 그의 책 <소울 트립>에서 사랑했던 이에 대한 부재의 마음을 이렇게 토로한다. 어디 그녀만 그렇겠는가. 부재를 겪은 모든 이들도 다를 바 없을터.


"사랑하고 사랑하다 당신의 부재마저 사랑하고 말았다. 어느 날 불현듯 당신이 돌아오고 만다면, 나는 그 습관적 부재의 상실에 돌연 더 쓸쓸해질지도 모르겠다. 내 곁을 떠난 당신. 내가 짐작할 수 없는 어딘가에서 그저 건강하라. 부디 그렇게 나를 쓸쓸히 견디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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