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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22. 2022

외롭다 or 외롭지 않다

"<외로웠다. 돌아보건대, 생은 늘 외로웠다>로 시작하는 한 편의 글을 읽었다. 외롭다는 말에 무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첫 문장부터 돌부리에 걸린 듯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생을 돌아보아야 할 만큼 나이를 먹은 건 아니라고 여기지만 생을 돌아보기에 좋은 나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닐 테니 이런 문장 앞에서는 잠시 숨을 고르며 머물러도 괜찮을 듯했다." 손홍규 작가의 <처음 시를 쓰던 날>에 나오는 글이다. 

인간은 모두 외롭다고 한다. 우리의 몸짓, 말, 행동 하나하나가 외로움을 드러내지 않기 위함임을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혼자 있어 느끼는 외로움보다 함께 있어 외로운 것이 더 힘들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가 있고, 다른 사람과 같이 있어도 여전히 외로울 수 있다. 하여, 단지 외롭다는 이유로 누굴 만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외로움은 결국 나 자신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얼마나 잘 지낼 수 있느냐’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그렇다고 말처럼 쉽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과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같이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외로울 틈이 없게 바쁘게 살라고 한다. 바쁘게 살면 외롭지 않을까. 잠시 유예되는 것일 뿐, 외로움 자체가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회피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외로움을 느끼는 건, 감정이 살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외로움도 잘 느끼지 못한다. 지금 외롭고 쓸쓸하다면 아직 감정이 살아 있는 거라고 좋게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잎이 다 떨어져 이제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삭막한 겨울 풍경 앞에서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외로움과 혼자인 상태는 다르다. 혼자라고 해서 꼭 외로운 것은 아니다. 혼자라고 '느낄 때'는 외롭지만, 자기만의 세계에서 스스로 충만한 시간은 외롭지 않다. 외로울 때는 상대방과 대화가 통하지 않거나 외부를 지향하는 경우이다. 외로움을 잘못 해결하면 인생이 복잡해진다." 여성학자 정희진 씨의 말이다. 


생각해보니, 어설프게 외롭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을 때 더 초라했다. 잘못된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삶이, 무엇보다 나 자신이 비참해진다. 그냥 편하게 드러낼 건 드러내는 게 건강한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일들로 어수선한 연말연시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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