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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24. 2022

정직한 절망 없이는

2022년 송년

연말이라 그런지 자기 위안적인 말과 글들이 넘쳐난다. 다 괜찮다고. 무엇보다 내가 중요하다고. 다른 사람들의 기준으로 나를 판단하지 말라고. 올해도 잘 살았다고. 좋은 위로다. 그런 말로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런 섣부른 위로가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착시에 빠져 오히려 상황을 수습하고 앞으로 나가는데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현실은 여전한데 나는 여전히 꿈속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남 탓, 상황 탓만 하면서 착각 속에 살았던 것 같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뭔가 원하는 걸 성취하지 못했다면, 속상해하는 것이 맞다. 그다음에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 제일 중요한 건 사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거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거다. 원인을 외부에서 찾다 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상황은 내가 지배할 수 없다.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건 언제나 '나 자신'뿐이다.


조선 말기 학자이자 정치가인 김윤식은 '삼정의 문란'으로 일어난 민란에 놀란 철종과 조정 대신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했다. "임금이 뜻을 세움이 확고해야 한다. 게을러서는 나라 꼴을 이룰 수 없으며, 흐릿해서는 백성에게 내보일 수 없으며, 공명정대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완성할 수 없다.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 실천했는데도 마땅함을 얻지 못했다면 아는 것이 모자라서 그런 것이다." 결국 행하기 전에 스스로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성찰, 원인에 대한 철저한 돌아봄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냥 막연히 고생했다느니, 앞으로 잘 될 거라느니 하는 말은 거짓된 위안에 불과하다. 침묵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속상할 때는 속상해하고, 돌아봐야 할 때는 돌아봐서 부족한 부분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스스로 책망할 때는 해야 하는 거다.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뜻을 다시 세울 수 있다.


경계해야 할 건, 정직한 절망이 아닌 헛된 희망이다. 원래 인간은 약하고 불완전한 존재라서 성공하면 자기가 모든 것을 다한 것처럼 교만해지지만, 실패하면 마치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쉽게 절망한다. 모든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것인데도.


1년을 결산하는 12월, 송년회나 각종 모임을 가지면서 한 해를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더 중요한 건, 고요히 앉아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 시간 없이 맞는 2023년은 2022년의 반복에 불과할 뿐.




자기 한계를 깨달을 때

진실로 겸손할 수 있다


자기 한계를 깨뜨릴 때

진실로 당당할 수 있다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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