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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0. 2021

아름답게 나이가 든다는 것

우아함이란

내게 우아한 사람이란, 클래식 음악을 듣고 멋진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늙어가는 사람이다. 일상의 삶 속에 숨어 있는 소소한 기쁨과 아름다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결국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일상은 무시되었고, 가까운 사람들의 어려움은 외면하며 살았다. 마땅히 사랑했어야 할 사람들을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사랑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검사라는 이유로 외형적으로는 공정, 정의를 추구했지만, 실제 삶에서는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우아함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아름다움과 우아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것일까? 자기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에 품격과 품위가 깃들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비싼 옷을 입지 않아도,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눈빛과 태도에서 우러나오는 선함과 부드러움이 그것이다.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으려 하고, 자기 고집과 주관이 강해지는 데 그걸 내려놓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성공회대학교 김찬호 교수도 '우아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아함은 겉멋이 아니다. 예절은 단순한 고분고분함을 넘어선다. 자기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성품에서 격조 있는 삶이 가능하다. 스스로 채워진 마음이 타인에게 스며들 때 품위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 예절과 공손함은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다."


우아함은 삶의 자세이자 태도이지 겉멋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짜증 나는 상황에서도 함께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인내심,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진심을 다해 들어주는 자세, 상대의 입장을 배려해 즉흥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절제된 모습 등등. 우아하게 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다짐한다. 언행을 절제하고, 스스로에게는 더 엄격해지고 다른 사람에게는 더 너그러워져야겠다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과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공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조건에 따라 변하는 사랑이 아닌 제대로 된 사랑을 실천해야겠다고. 그렇게 아름답게 나이가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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