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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29. 2022

차라리 쓸쓸하게 지켜보는 것이

나쓰메 소세키 / 춘분 지나고까지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를 억지로 안는 기쁨보다는 상대의 사랑을 자유의 들판에 놓아주었을 때의 남자다운 기분으로 내 실연의 상처를 쓸쓸하게 지켜보는 것이 양심에 비추어 훨씬 더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춘분 지나고까지>에 나오는 문장이다.


남녀관계는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내 의사와 감정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 또한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있는데 상대의 반응이 별로라고 포기할 거냐고 묻는다면, 아마 나쓰메 소세키의 저 문장이 내 답이 될듯하다.


경제적인 논리보다는 서로의 감정을 존중해야 하는 남녀 사이라면 내 감정을 상대에게 차분히 설명해야지, 상대를 설득하려고 하면 안 되는 거다.


'설득과 설명', 한 글자 차이에 불과하지만 차이는 작지 않다. 내 입장에서 보면 '설명'이지만, 상대의 입장에서는 '설득'으로 비친다. 서로의 입장이 차이가 나는 건 관계가 이미 끝이 났거나 계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설명이 필요 없고 설득할 일도 없다. 이성과 논리로 접근할 수 없는 게 사람의 감정이다. 붙잡는다고 붙잡아지지 않는 게 사랑이다.


상대가 있는 문제는 내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다. 다가오는 인연을 물리치지 말되, 떠나가는 인연을 억지로 붙잡지 말라는 것도.


물론 마음이 아프지만 상대의 부담스러워하는 태도를 보는 것이 더 마음이 쓰인다. 그럴지언정 차라리 내 상처를 쓸쓸하게 지켜보는 것이 낫겠다는 나쓰메 소세키의 생각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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