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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an 14. 2023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배우 송중기 주연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우리도 환생하여 과거를 다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윤현우가 진도준으로 환생하여 이미 경험한 세상사를 토대로 세상의 흐름을 바꾸거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테니, 신날 수도 있겠다. 잘못된 건 고칠 수도 있겠고. 


그러나 생각해 보면 반드시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알고 있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비교해서 불공정하거나 과거를 바꿈으로써 역사가 혼란스럽게 되는 것은 차치하고, 삶의 의욕 또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일어날 일은 기어이 일어나고야 만다'라고 어설픈 결론을 맺고 말았는지도)


한편 미리 앎으로써 괴로운 건 또 얼마나 많겠는가?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채 당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억나는 책이 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농담>이다. 이 책에 나오는 글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고쳐 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이것은 둘 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모든 것은 잊히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힐 것이다.”



모든 것은 잊힌다는 말, 맞다. 실연의 아픔도, 살면서 겪는 고통도 시간이 해결할 것이다. 뚜렷하던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지다가 결국 잊힌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 과거 또한 잊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삶은 단 1회적이다. 


그러나 나는 고쳐볼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선 그의 말을 100%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지나간 일은 고칠 수 없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내 의지에 따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우리는 수도 없이 들었다. 지나간 역사적 사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어쩌면 외면하는 건지도 모르고)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 아니던가. 


아마 밀란 쿤데라도 지나간 일은 다시 돌아가 뭘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서 한 말이니 내가 보는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는 지나간 일은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고, 나는 고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고쳐야 할 일들을 다시 반복하지 말자는 거니까.


새해부터 뭘 고치고 잊힌다는 말을 하니, 좀 뜬금없긴 하다. 여전히 지난해의 안 좋은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면 이미 지나간 일이니 연연하지 말자는 뜻에서 밀란 쿤데라의 글을 인용한 것이다. 다만 잊더라고 잘못에 대한 교훈은 기억해야 한다. 한순간의 실수든, 의도된 잘못이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바로 그것이다. 다시 반복하지 않는 비결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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