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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08. 2021

피곤한 하루, 생각이 문제다

코로나19 검사/ 올리버 버크먼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아침부터 무덥다. 하늘도 구름을 잔뜩 품고 있어서 무거워 보인다.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다는 소식 때문에 사람들은 하루하루 지쳐가고, 뉴스도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직장 근처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확진자가 수십 명이 나왔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코엑스몰을 산책하면서 불안했는데 터질 게 터진 거다.


당국에서 백화점을 방문했던 사람들도 검사를 받으라고 해서 아침 일찍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집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았고, 증상도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서 안되니 불편해도 검사를 받기로 했다.   





병원에 가던 중에 보니 길가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다. 흡연은 각자 기호의 문제니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이 시국에 저렇게 마스크를 내리고 잡담을 하면서 담배를 피워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암울한 시기에 스트레스를 어디서 풀겠는가, 하는 마음에 못 본 척 눈길을 돌렸다.

 

병원에 도착하니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아침 8시 전에 갔는데 벌써 대기번호가 100번을 넘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병원에서 제공한 간이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 좀 더 일찍 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일부러 유료 검사를 하는 병원에 온 건데. 기다리면서 검사를 받아야 하나 하고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지쳐 보인다.

 

대기실은 왜 이렇게 더운지, 어서 검사받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는 노릇이고, 접수하고 번호표를 받고 대기했다. 2시간이 흘렀을까, 여전히 대기 숫자가 줄지 않아 안내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아직 멀었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책이라도 한 권 가지고 오는 건데, 아쉽다.





기다리다 지쳐 잠깐 병원 주변을 산책하려고 하니, 안내하는 분이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화장실도 가급적 가지 말라고 하면서. 마치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 취급이다. 억울했지만, 저 사람도 힘들 텐데 내가 참아야지, 알겠다고 말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내 차례가 와서 수납을 하고 검사를 했다. 지루한 대기 시간에 비해 검사는 간단했다. 검사를 받고 나니 목과 코가 얼얼하다. 긴 대기시간에, 원치 않는 검사까지 받아야 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누구 잘못도 아니니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검사가 끝났으니 그냥 잊어버리자고 마음을 다잡고 집까지 걸어갔다.  


하늘은 다시 비가 오려는지 잔뜩 흐리다. 날씨 탓인지, 아니면 코로나19 탓인지 마음도 흐리다. 사실 상황이나 환경이 문제는 아니다. 이 상황을 대하는 내 마음이 문제일 뿐.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자꾸 더 움켜쥐려고 하지 말고 손에서 놓자고, 약간은 손해 본다는 기분으로 살자고, 힘들고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일부러라도 미소를 지어보자고. 그러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마음이 불편하고 삶이 각박하면 살아 있어도 사는 게 아니다. 그럴수록 상황을 피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집에 오니 좀 낫다.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본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 있으라니, 차라리 책을 보다가 잠이라고 한숨 자야겠다. (결과는 오후 늦게 나왔다. 물론 음성!!)





 “사실 그 무엇이든 우리 마음 바깥에 존재하는 것을 두고 부정적이니 긍정적이니 묘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실제로 고통을 야기하는 것은 그것에 관해 우리가 품고 있는 생각이다.  

 

쉴 새 없이 지껄이는 옆자리 동료 때문에 짜증이 날 경우,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동료가 짜증의 원인이라고 단정한다. 옆자리 동료가 본래 짜증스러운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방해받지 않고 일해야 한다는 우리의 판단 때문에 그가 짜증스럽게 여겨진다는 얘기다.”

 

<올리버 버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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