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 / 적과 흑
스탕달의 <적과 흑>은 논란이 많은 소설이다. 논쟁의 중심인물인 아름다운 청년 쥘리앙 소렐, 그를 사랑하게 된 드 레날 부인. 그녀는 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그에게 말하세요. 나는 모든 악인들을 무시한다고. 내게 단 한 가지 불행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내 생명을 붙들어주는 사람의 변심을 보게 되는 불행이라고.”
사랑에 빠졌을 때는 그 사랑이 영원할 것만 같다. 아니, 영원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믿음 때문에 우리는 그(녀)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으리란 기대에 사로잡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나중에 우리가 했던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는 이렇게 탄식하겠지만.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하나뿐이라고. 인간의 사랑 또한 예외일 수 없다고.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하거나 일방적이라 해도, 나중에 변할지 모른다고 해도 사랑했던 시간을 통해서 우리는 삶의 가치와 내 존재 의의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