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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11. 2023

현실은 훨씬 복잡해

영화 <Bon Appetit>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 버거운 '한나’, ‘현재의 사랑이 지겨운 ‘다니엘’. 고향인 스페인을 떠나 스위스 어느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들어간 다니엘은 그곳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는 한나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레스토랑 사장의 애인이었던 한나와의 사랑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영화 <Bon Appétit, 2010> 우리나라에선 <단지 키스, 맛있는 키스>로 번역되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대개 그렇듯, 그는 이런 현실을 부정한다. 달라질 건 없는데도. 한나도 순수한 다니엘에게 끌리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픔이 예정된 사랑이었다. 


사랑은 이렇게 어긋날 때 애틋하고 깊어진다.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지도... 마치 불순물이 빠져야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나는 보석처럼, 사랑 또한 시련과 아픔을 겪어야만 완성됨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프고 상처받는 건 피할 수 없지만. 

유럽 영화가 대개 그렇듯, 영화는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저 두 사람의 어긋나는 삶의 궤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아마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기분 좋게 봤다고 할 수 있겠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지는 않다. 누구나 기대하는 평범한 스토리는 진부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유럽 영화는 미국 영화와 결이 다르다. 겉으로만 보면 재미가 다소 떨어지는 것 같지만 깊이 음미하면 삶의 현실을 예리하게 훑고 지나간다. 유럽 영화에 블록버스터가 별로 없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영화가 현실을 보여주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렵다. 마치 우리가 밟고 있는 땅과 유리된 채 잠시 허공에 떠 있는 곡예사를 보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 영화를 보고 나면 내 마음이 들킨 것 같아 서늘해진다. 현실 속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훨씬 복잡해." 이 영화 속 대사처럼 말이다. 

인생이란 모든 것이, 

완벽하고 좋은 영화 같지는 않아.


 <Bon Appétit,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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