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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04. 2023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 속상하다면

제임스 설터 / 소설을 쓰고 싶다면

무언가를 이루지 못해 지금 속상하다면, 제임스 설터(1925 - 2015)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는 <소설을 쓰고 싶다면>에서 이렇게 말한다.


"삶의 가장 깊은 본능은 오래오래 지속되는 것, 어떤 가치 있는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그런 것에 열심히 관여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취하든 성취하지 못하든 관계없이... 아마 그래서 예술가들이 내 소설에 등장하는 것일 거예요."


자신이 하고 싶은,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하게 되었다면, 성취는 그다음 문제라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담담히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마음에 안 들어도 다시 고칠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게 글쓰기의 온전한 기쁨이기 때문이라는 거다.


'미국 최고의 문장가, 작가 중의 작가, 작가들이 칭송하는 완벽한 스타일리스트'라는 평가를 받는 그의 문장은 심플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글이 쉽게 쓰인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고친 결과물이었다니 의외였다. 유명한 작가 역시 끊임없이 고치고 고쳐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한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모든 건 꿈일 뿐, 글로 기록된 것만이 진짜일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언어가 모든 것을 실어 나르고, 언어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언어에 많은 노력과 주의를 기울입니다. 나는 처음 쓴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표현을 싫어해요. 글쓰기의 온전한 기쁨은 글을 다시 점검하여 어떻게든 좋게 만들어보는 기회에서 오는 거예요."




작가나 예술가에게 실패란 없다. 그들이 창조한 결과물이 인기를 얻든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수모를 겪든, 세상의 평가를 받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최선을 다했다면 그 자체로 예술적인(artistic) 성취는 달성된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눈에 보이는 성취가 불분명한 예술가나 실패자가 많은 것도 그 이유이다. 성취하든 성취하지 못하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성과가 없다고 좌절하지 말아야 할 것은 최선을 다한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성취한 결과로 나를 기억하지만, 나는 그 과정 속에서 겪었던 일들로 나를 기억한다. 과정이 힘들면 힘든 만큼 기억은 뚜렷이 남는다. 나중에 추억하는 건 바로 그 기억들이다. 다시 어떤 일을 해도 견뎌낼 수 있는 건, 그 기억이 주는 힘이다.


세상 모든 것은 사라지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제임스 설터. 손보미 작가의 말대로 '기억은 절대로 축적되지 않고 감정은 소진되며 진심은 언제나 퇴색될 운명에 처하고야 마는 것. 이것이 소설가 설터가 바라본 세상의 진실’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진실 앞에서 그는 자신이 보았던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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