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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27. 2023

음악처럼 삶이 부드럽게 흘러갔으면

Purity Ring / heartsigh

주말이나 시간이 있을 때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곤 합니다. 줄거리가 흥미진진하거나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책에 몰입할 때면 카페에서 틀어주는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저 가볍게 스치는 백색소음으로 남을 뿐이지요.


오늘 소개하는 음악은 지난 주말 카페에서 들었던 곡으로 'Purity Ring'이 부른 <heartsigh>입니다. 오랜만에 들으니 기분이 좋더군요. 잠시 읽던 책을 덮고 음악에 집중했습니다. 3분여 남짓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습니다. 책이 훨씬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음악이 주는 힘입니다.


보컬을 맡고 있는 메건 제임스(Megan James)의 목소리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맑고 청아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밴드 이름처럼 purity, pure했습니다. ‘퓨리티 링’은 캐나다 출신 신스 팝 듀오인데, 신스 팝은 신디사이저 팝의 준말로 신디사이저를 중심으로 한 전자음악, 일렉트로 팝의 일종입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도 장르를 의식하면서 곡을 듣지는 않습니다. 제 느낌을 믿는 편이니까요.


밴드 이름이 재밌습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는 들어봤어도 '순수 반지'라니? '순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단어입니다. '순수'라는 말을 가장 많이 썼던 것은 학창 시절입니다. 그때는 뭐든지 순수했으니까요. 아니, 순수해야 한다고 믿었고 그러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세상사에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제 삶에서 그 시절 간직했던 '순수'라는 말이 사라졌습니다. 절대적인 힘, 명예 그리고 부를 추구하느라 그 시절의 나를 잃어버린 것이지요. 생각해 보면 모든 게 덧없는 것인데도요.


음악 그리고 이 세계의 소리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인간의 마음만 흐르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머물다 지쳐서 왜곡되고 비틀어지고 꼬이고 그렇게 흐르지 않고 고인 '생각'은 생각을 하는 주체인 인간마저도 왜곡시킵니다. 흘려보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런 병든 생각들이 순수함을 잃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비 오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바람 소리 모두 흘러갑니다. 우리도 흘러가야 합니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순전히 이 곡 때문입니다. 이제 곡을 들을 차례입니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눈을 감고 들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순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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