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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pr 14. 2023

세월을 붙잡는 좋은 방법은?

책을 읽을 때는 주로 피아노 곡을 듣는 편입니다. 음악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듣기 편한 곡 위주로 듣습니다. 브런치에도 그동안 여러 장르의 곡들을 올렸습니다. 대개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을 저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책은 이상하게 베스트셀러는 손길이 가지 않는데, 음악은 그렇지 않습니다. 책을 고르는 취향은 까다로운 반면, 음악은 그렇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책만큼 제 음악적 취향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곡은 몇 개월 전 우연히 듣게 된 곡입니다. 구현정의 <In Dream> 앨범에 나오는 '서정적인 하늘'입니다. 애플 뮤직에서 제 취향과 맞는다고 추천해 주더군요. 들어보니 좋았습니다. AI가 제법입니다. 제가 부지런히 '좋아요'와 플레이리스트에 좋아하는 곡을 '추가'해서 제 취향을 어느 정도 파악했나 봅니다.  


저는 이 곡을 듣고 뭔가 알 수 없는 그리움이 가슴 저편에서 밀려왔습니다. 글로 표현하기에는 제 표현력이 부족하네요. 아, 이럴 때는 제 자신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우니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아련한 느낌이랄까요.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은 건 당연합니다.


곡 제목을 생각하며,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서정적인' 하늘이 무엇일지 생각하면서요. '서정적이다'라는 말의 뜻은 '정서를 듬뿍 담고 있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알 수 없는 '정서'가 전해졌습니다.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이 곡을 들으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그중에 한 권이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입니다. 패전을 앞둔 일본의 현실, 귀족 계급에서 평민 신분으로 몰락한 가문의 비극을 주인공인 여성의 목소리로 그려낸 역작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자이 오사무는 어떻게 여성의 마음을 이렇게 잘 알고 있었을까, 감탄했습니다. 책을 다 읽으면 서평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에 들었던 문장 한 구절을 찾아 여기 올릴 생각입니다.


벌써 금요일이네요. 한 주가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가는 세월을 붙잡을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그나마 제가 찾은 방법은 이렇게 글을 쓰는 겁니다. 단 한 문장이라도 흔적을 남기는 것, 그 흔적은 아마 마음에 담는 것이겠지요. 아, 또 있네요. 음악을 듣는 겁니다. 먼 훗날, 오늘처럼 예전에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들으며 이 시절을 회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때 이런 느낌에 빠져 있었구나.' 지금 쓴 글을 읽고 또 생각하겠지요. '그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여러 시도를 하다가 제가 찾은 세월을 붙잡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세월을 붙잡는다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 시간에 나만의 한 '점'을 찍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이까짓 게 뭐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점점 점들이 쌓이면서, 그렇게 쌓인 점과 점을 연결하여 선을 만들고, 다시 선과 선을 연결하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겠죠. 그림이 많을수록 기억할 풍경과 추억도 당연히 늘어날 테구요. 바로 그게 세월을 붙잡는 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 집중, 몰입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아름답고 눈부신 봄날을 마음에 꼭 붙드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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