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르 마라이 / 하늘과 땅
"사랑은 단순한 문장을 통해서만 알릴 수 있다. 해명하기 시작하여 반박하고 설득하는 경우에는 사랑이기보다는 인간적인 거래, 슬픈 실패다."
헝가리 출신 작가 산도르 마라이의 산문집 <하늘과 땅>에 나오는 글입니다. 사랑하면 말이 필요 없습니다. 굳이 해야 한다면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면 됩니다. 오히려 뭔가를 자세히 설명하거나, 해명하려다가 말이 꼬이고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작가는 심지어 ‘설득’은 거래에 불과하다고 혹평합니다.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을 어떻게든 내 곁에 붙잡아두려고 설득하는 것도 큰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미 난 상처에 또 다른 상처를 더할 뿐입니다.
사랑에 빠지면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도 한때 그 눈빛을 사랑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느낌을 줄 수 있는 것, 사랑은 매 순간 말을 잊게 합니다. 때로 말조차도 부질없어지는 관계, 아무 말 없이 같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편해지는... 사랑의 궁극적인 모습일 겁니다.
연인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별 의미를 찾기 어려운 대화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재밌다고 웃고 행복해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좋은 것은, 말의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함께 하는 이 순간, 서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말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그 관계는 위험해질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부터 제 말이 복잡해졌습니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도, 이성이 감성을 압도하면서 시시콜콜 시비를 가리려고 하고 더 나아가 세속적인 욕망에 휘둘리면서 순수함을 잃고 말았습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사랑을 통해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리아 마리 존슨(Lia Marie Johnson)’의 <Champagne>을 들으며 산도르 마라이가 말한 '사랑은 단순한 문장을 통해서만 전해질 수 있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