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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pr 20. 2023

편견과 오만 때문에 놓쳐버린 사람들

세월이 흘러도 더 선명해지는 기억이 있다. 사랑했던 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그렇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지금을 돌아보면, 가끔은 원망스럽고 좋지 않은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의 잣대로 그때를 논할 수 없다. 다 지난 일, 탓해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 그저 인연이 다한 것뿐이다.


어떤 사람은 한 번 스친 정도에 불과한데도 오랜 인연으로 남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나름 마음을 주고 정(情)도 주었는데 다시는 못 만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나와 생활주기가 비슷해서 자주 부딪히지만, 동선이 달라 평생 동안 전혀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리 만나려고 애써도 만나지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고 싶지 않은데 만나야 하는 사람도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오만과 편견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특히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은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뭘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마음과 정을 쏟을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무심하게 살아서 놓쳐버린 사람들,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내 곁을 떠난 사람들, 장점을 보지 못하고 단점만 보느라 간과했던 사람들. 따지고 보면 내가 드러냈던 편견과 오만 때문에 떠나간 사람들이다.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한테는 소중하고 무거운 존재였는데도 내 오만과 편견 때문에 가벼이 여기고 말았다.  



내가 어리석었기 때문에



어리석었던 나를 탓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어렵지만 그 관계를 지속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인연은 운명처럼 다가오지만 그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데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시간을 이겨내는 관계는 없다. 당장 못 보면, 연락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 것 같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헤어짐의 통증도 점점 약해지다가 어느 순간 기억마저도 희미해진다. 안 그러면 살 수가 없을 테니, 망각은 어떻게든 살아가라고 신이 내린 처방일지도 모르겠다.


신도 우리의 과거를 바꾸지는 않는다. 대신 그만 잊으라고. 지금부터 새로 시작하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불편하다. 아름다운 봄날이 가고 있는데, 나는 철 지난 시절의 희미한 기억을 현재로 자꾸 환기시키고 있었다.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이 안타깝기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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