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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24. 2023

사라지고 잊히고 ㅡ 그 속에서 발견하는 지혜

때가 되면 ㅡ죽음이 되었든 이별이 되었든 ㅡ 사라지고 잊히는 것은 인간의 정해진 운명이다. 인간은 잊히기 않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고 세우지만(그것도 가급적 거대하게), 신은 시간과 망각의 힘으로 모든 것을 허물어 버린다.


화려하고 찬란했던 문명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지난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하물며 짧은 생을 살다가는 인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바람에 날려가는 먼지에 불과하다는 모세의 탄식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힘들게 얻은 것도 사라지기 마련이고, 어렵게 세운 것도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 우리 모두 이 사실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결코 자신이 이룬 성과에 자만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이룬 성과라는 것도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주 미미한 한 점에 불과하다.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한 우리가 지혜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지혜롭지 못한 일인지도 모른다. 단 한 가지, 굳이 지혜가 우리에게 허락되었다면 자기 자신을 깨우쳐 스스로의 한계를 아는 사람일 것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 즉 Memento Mori(메멘토 모리),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 단, 하루를 살아도 영원을 사는 것처럼 살되, 일평생이 단 하루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 花無十日紅: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는 뜻으로, 한 번 성한 것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짐을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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