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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31. 2021

나를 기억해 줬으면

The Fray/You Found ME


The Fray의 <You found me> 2009년에 나왔으니, 벌써 10년이 지났다. 세월의 무상함이라니, 인생이 덧없다. 음악도 그대로고, 음악을 듣는 나도 마찬가지인데, 세월이 이만큼 흐른 게 실감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곡은 가사가 좋다. 리드보컬인 Isaac Slade 허스키한 목소리 또한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울린다. 그가 왠지 힘든 상황을 겪고 있거나 이를 극복하고  곡을 부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통해서 그랬을까. 그는  곡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https://youtu.be/jFg_8u87zT0

"You found me는 내게 매우 어려운 곡이다. 인생에서 느껴지는 실망감과 아픔을 담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실망하고 누군가를 실망시킨다. 그러다 보면 누구를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계속 믿고 여전히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많은 신념이 필요하다.


삶의 끝에는 빛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전에는 밤과 같은 어둠이 대부분이다. 이 곡은 이런 느낌을 담은 곡이다. 가슴속 깊이 묻어 있는 내가 아직 가지고 있는 절망과 그리고 희망에 대해서도..."




이 곡 또한 한때 나를 충분히 위로해 주었다. 무엇보다 인간은 사랑의 대상이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절망이 깊어지면 어디선가 새로운 희망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지난주는 내내 더웠다. 아침부터 시작된 열기는 한낮이 되자 더 뜨겁게 대지를 달구었다.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고 있으면 더운 줄 모르지만, 밖에 나가면 열기 때문에 걷기 조차 힘들다.


스타벅스에서 선물로 받은 자몽 허니 블랙 티를 마시며, 오랜만에 이 곡을 들었다. 나온 지 10년이 넘어 약간 올드하다고, 요즘 풍과 다르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긴, 나도 이 노래만큼 나이가 더 들었으니, 그런 말을 들으면 마치 나한테 하는 말 같다. 이대로 나이가 들어가는 건가, 하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도 없고...





이 곡처럼 세월이 지나도 더 선명해지는 기억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억도 있다. 무엇이 내 기억 속에 남았을까. 김중혁 작가의 에세이 <모든 게 노래>에 나오는 이 글이 답이 될 수도 있겠다.


"세월을 보내고 나이를 먹으며 우리가 쌓아가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몇 시간의 기억이다. 밤을 꼴딱 새우며 책을 읽었던 시간, 처음으로 가본 콘서트장에서 10분처럼 지나가버린 두 시간, 혼자 산책하던 새벽의 한 시간.


그 시간들, 그리고 책 속, 공연장, 산책길처럼 현실에 있지만 현실에서 살짝 어긋나 있는 공간에서 우리는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사소하지만 나에게도 지금까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다른 건 모두 잊어버렸지만, 그 순간들은 지금도 선명하다. 가끔은 너무 선명해서 그때를 여전히 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잠시 뒤면 퇴근해서 집에 가듯, 그때로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리는 늦은 저녁, 산책을 하면서 이 곡을 다시 들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한적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매일 같은 길을 산책하니 자주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낯설다. 나도 그들에게 마찬가지일 테고. 누군가에게 아무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 기억할 추억이 있어도 잊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예전에 만났던 그 누군가가 나를 여전히 기억해 주기를, 아니 최소한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기억조차 세월에 마모되어 망각되는 게 당연한데, 나는 여전히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산책하는 내내.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해 줄래?"


<무라카미 하루키 _ 노르웨이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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