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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29. 2021

소소한 일상의 힘

나쓰메 소세키/ 문

자고 일어났는데 피곤하다. 머리도 약간 무거운 것이 두통까지 있다. 잠이 부족해서 그런 건지, 더워서 잠을 설쳐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다. 출근해서 평소 피곤하면 마셨던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고 버텼다. 커피에 의지해 스스로를 각성하는 것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커피는 그 맛과 향을 즐기기보다는 피곤함을 떨쳐내는 수단이 되어 버렸다. 본말이 전도된 거다. 그러니 커피를 마셔도 맛과 향을 음미하기보다는 어서 마시고 일해야지, 하는 마음이 강했다. 여유를 찾기 어려운 삶을 살았고,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서두르다 보면 삶이 각박해진다. 그런 각박함 속에서 커피 한 잔은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찾게 해 준다. 커피 한 잔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디카페인으로 커피를 내려 한 잔 마셨다. 아까보다 머리가 덜 아픈 것 같다. 기분일지도 모르고.


삶을 정돈하지 않고, 이런  저런 일에 관심을 쏟으면 아무것도   없다. 피곤한 , 더위 때문만이 아니다. 마음이 분산되어 있는 것도 원인이다.







살다 보면 원하는 대로  때보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어떻게든 다시 살아갈 힘과 여유를 찾아야 한다. 그때 주목해야  , 소소한 일상이다.


아침저녁으로 뜨고 지는 싱그러운 햇살에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에서, 길가에    송이에서, 출근길 마시는 커피  잔에서, 시름을 달래주는 따스한 온기를 느낄  있다.





요즘 나쓰메 소세키의 <> 읽고 있다. 마음이 게을러졌는지, 이런저런 이유로 책을 읽는데 시간을 많이 내지 못했다. 어젯밤 읽었던 부분에는, 주공인 소스케가 복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머리를 식힐  오래된 산사를 찾는 장면이 나온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해가 저무는 풍경을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글을 이해할  있을지도.


"해는 오뇌와 고달픔 속에 기울었다. 장지문에 비치는 시간의 그림자가 점차 멀리 물러가고 절의 공기가 마룻바닥 밑에서부터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바람은 아침부터 나뭇가지를 흔들지 않았다. 툇마루로 나가 높다란 차양을 올려다보니 까만 기와의 횡단면만이 일렬로 나란히 길게 보이는 것 외에 온화한 하늘이 파란빛을 자기 속으로 가라앉히면서 스스로 엷어져가는 참이었다."


어떻게 저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주인공의 마음을 풍경에 빗대 표현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한 단락의 문장이 주는 감동, 그 감동으로 오늘 하루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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