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Jul 22. 2023

고통받는 사람 곁으로 다가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거나 연민하는 일은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작가가,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고통받는 사람 곁으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삶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조경란 작가의 말입니다.


우리가 겪는 슬픔이나 아픔은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짐으로 비교 불가능한 것입니다. 나의 슬픔이나 아픔으로 다른 누군가의 고통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저 사람의 입장이라면 나는 어떨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겪는 고통의 유익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힘들어하는 그의 곁에서 아무 말 없이 함께해 주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위로한답시고 섣부른 충고나 조언은 금물입니다. 몰라서 그러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어떤 슬픔이나 복잡한 고민거리도 거리를 두고, 즉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제3자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느냐입니다. 고통은 주관적이어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사람한테 의지하지 않고 객관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글을 쓰는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순간이나 아픈 기억을 글로 써보면 내가 경험했던 그 일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고통을 활자화시키는 것도 나 중심적인 시선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가 신문을 읽으면서 독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면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들은 글을 씀으로써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치유되었다고 고백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작가가 아니지만 그리고 작가처럼 글을 잘 쓸 수 없지만, 글을 쓸 수는 있습니다. 형식이나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문장이 유려하거나 아름답지 않아도 좋습니다. 진심을 담아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아픔이나 고통스러운 감정을 글로 표현한다면 비록 단 한 줄에 불과하더라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고통받는 사람 곁으로 다가가 그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가가 나의 고통을 헤아리려고 노력해야 하고, 나만의 방법을 찾아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가야 합니다. 물론 글을 쓸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하는 '진정성'입니다.


다시 조경란 작가가 그의 소설 <분명한 한 사람>에서 한 말입니다. "뭔가를 써보고 나면 그 경험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 안에 무엇이 깃들어 있고 웅크리고 있는지."




매거진의 이전글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