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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24. 2023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는 아주 단단한 것이 세 가지 있다. 강철, 다이아몬드,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인식'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한 인물로 평가받는 벤저민 프랭클린(1706 - 1790)의 말이다. 강철, 다이아몬드는 무척 단단하다. 웬만한 힘 가지고는 쉽게 깨지거나 으스러뜨릴 수 없다. 프랭클린은 이에 더해 나 자신에 대한 인식을 들었다. 


나 자신? 인식?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데 단단하다니?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단단함과 '자신에 대한 인식'과는 맞지 않는 개념이다. 아마 자신에 대한 인식이 강철이나 다이아몬드만큼이나 단단하고 바뀌지 않음을 빗댄 은유였으리라.   


강철이나 다이아몬드, 더 나아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단단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정확하게는 '나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프랭클린의 말에 백 퍼센트 동의한다. 




지난 시절, 실수를 해도 한없이 너그럽고, 잘못을 저질러도 오랫동안 눈감아주고, 별로 잘난 것도 없으면서 가장 잘났다고 착각하고, 이 모든 것이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고 강고한 탓이었다. 세상 사람들이나 주변 사물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왜 그렇게 관대했을까. 


한때 나 자신이 가장 어려운 존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바뀔 필요가 있는데 변화를 거부하는 나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실체가 없는 것 같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냉정해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자위하면서도 한편으로 나 자신의 실상을 외면한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들이대는 비판과 판단의 잣대로 나를 성찰했더라면 오늘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강철이 아닌 흐르는 물처럼 지금보다는 훨씬 더 부드럽고 유연한 사람이 되어 주변에 스며들었을 것이다. 예전 선비들이 늘 자신을 경계하고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이다. 


나날이 새롭고 또 날이 갈수록 새로워진다는 대학(大學)에 나오는 '일일 우일신(日日 又日新)'의 정신을 실천하면서 완고한 스스로를 끊임없이 깨뜨리고 갱신(更新)하려고 노력하는 것, 성숙한 사람이 나아갈 방향이다. 강철이나 다이아몬드와 달리 스스로 부서져야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서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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