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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06. 2023

지루함에서 벗어나려면 ㅡ 2

지루함에서 벗어나는 나만의 또 다른 방법(링크)은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쓰는 글이 대단한 건 아니다. 대개는 책을 읽다가 생각나는 대로, 떠오르는 대로 쓴 별 내용이 없는 글이 대부분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던 초창기에는 내용이나 형식에 제법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글 쓰는 것을 생계로 삼는 작가가 아닌 바에는 그렇게 하기도 어렵고 나에게 그럴 능력도 없다. 너무 신경을 쓰면 글쓰기가 또 하나의 일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에 하필이면 왜 글을 쓰는 것을 택했느냐 하는 거다. 지루하다는 것은 따분하고 싫증이 난다는 것, 여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얼마 전에도 썼지만 사람마다 다르다.


친구를 만나서 정담을 나누거나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 나의 외부에서 지루함을 이겨낼 방법을 찾는 것으로 상황과 다른 사람들에게 좌우된다는 한계가 있다. 친구가 바빠서 시간을 내지 못할 수도 있고, 여행을 갈 형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두 내가 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글을 쓰는 건 다르다. 잠깐의 시간을 낼 여유만 있다면 글을 쓸 여건은 마련된 셈이다. 조용한 곳이 아니어도 좋고 누구의 도움도 딱히 필요하지 않다. 꼭 노트북이나 PC가 없어도 된다. 휴대폰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과연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는지'이다. 재미가 있어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것이고 지루하지 않을 테니까.




맞다. 글을 쓰는 건 썩 재미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잘 써지도 않는데 뭘 쓰려고 책상 앞에 있으면 머리만 찌끈거리고 더 지루해지기도 한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도대체 뭘 써야 할지 모르겠고, 몇 줄 쓰고 나서도 적확한 표현을 찾지 못해 말문이 막히듯, 글이 막혔다.


그 시기를 잘 이겨내야 한다. 꾸준히 써보니 알 것 같았다. 뭔가를 쓰는 시간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것, 아마도 집중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 내용보다는 글을 쓰면서 갖는 나의 자세와 태도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문자화하기 위해 타이핑을 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집중해야 하고,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알차게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잘 써지지 않는다. 원하는 글이 나오려면 나름 생각을 정리해야 하고 생각의 흐름을 잘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꾸준히 쓰다 보면 극복이 된다. 굳이 잘 쓰거나 완벽하게 쓰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내면에 있는 생각이나 느낌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그리고 실패해도 꾸준히 다시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폴 오스터조차도 이렇게 말했다. "내 작품이 좋다는 확신은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요. 글을 쓰기 시작할 땐 '완벽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건 절대 불가능하죠. 그렇기 때문에 우린 계속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뮈엘 베케트의 말대로 우리는 '좀 더 나은 실패'를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꼭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쓸 필요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구름처럼 떠다니는 생각을 정리해서, 한 글 한 글 써가다 보면 그게 문장이 되고 그게 쌓여 한 편의 글이 된다. 그 글이 바로 나 자신의 분신이다.


약간의 강제도 필요하다. 딱히 쓸 소재가 없거나 다른 일로 바쁘면 여간해선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내거나 마음을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급적 시간을 정해 정해진 분량의 글을 쓰도록 자기만의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글쓰기의 좋은 점은 뭔가 남는다는 것이다. 추억도 허공으로 사라지고 모든 것이 처음의 색을 잃는 인생, 뭔가를 남기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루하지 않기 위해서 글을 쓰다가 어느덧 뭔가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지루함이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지루함을 이겨내야지 하는 목적으로 글을 쓰면 얼마 못 가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언제나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목적에 매이면 글 쓰는 것이 피곤해진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지루함 때문이 아닌, 뭔가 씀으로써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 남은 삶의 방향을 잡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지루함이 덜어진 것이다. 붓 가는 대로 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무언가를 남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남들이 좋다고 나한테도 좋은 건 아니다.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쓸데없는 유혹에 빠져 삶을 낭비하고 나도 힘들고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할 수 있다. 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가. 그들을 비난하지만 말고,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매일 글을 쓰면서 하루하루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그동안 얼마나 나 자신을 속이고 살았는지, 나와 내가 사는 삶에 진실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아가고 있다. 그것도 글쓰기의 좋은 점 중 하나이다. 은유 작가도 <다가오는 말들>에서 이렇게 말했다.


"삶이 고차 함수인데 글이 쉽게 써지면 반칙이다. 정확한 단어와 표현을 고심하다 보면 자신을 스스로 속일 가능성이 줄어들고, 몸을 숙여 한 사람의 내면의 갱도에 들어가는 훈련으로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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