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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17. 2023

가장 무서운 병은 고통 없는 병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누구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문제는 건강의 역설이다. 건강하면 건강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주어진 삶을 가볍게 여기기 쉽다. 병원에 가보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픈 사람들 같다. 그들을 보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은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바쁜 일상의 삶 속에서 그 사실은 곧 잊힌다. 그러곤 내 몸을 함부로 대하고, 정신적으로도 스스로를 혹사시킨다.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건강에 신경 쓸 여유와 시간을 주지 않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다.


역설적이지만 병이 없는 게 더 큰 병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면 삶을 제어하지 않은 채 폭주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병에 걸렸다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감기 등 잔병치레가 많은 사람들이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해서 일부러 병에 걸릴 필요는 없지만 아프다고 너무 좌절할 일도 아니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C.S. Lewis(1898 - 1963)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장 무서운 병은 고통 없는 병이다. 그러므로 내 삶이 고통스럽다면 그건 행복의 신호다. 내 삶을 돌아보고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비바람이 불기도 하고 태풍이 오기도 한다. 그때마다 '왜 이렇게 날씨가 나빠, 왜 내가 있는 곳만 이래', 하면서 불평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고 담담히 살아가야 한다.


아픔과 고통 역시 다르지 않다. 아픈 만큼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고, 건강한 사람들이 갖지 못하는 삶의 지혜를 얻게 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프고 힘들게 사는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C.S. 루이스의 말대로 고통과 아픔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바른 방향으로 방향을 찾아간다면, 지금도 여전히 고통 속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소중한 은혜도 없는 것이다.  

Franck Vidal ㅡ IMPATIENS EMPOTÉ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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