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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20. 2023

감각을 잃는 것이 슬픈 것

불과 몇 년 전 이맘때,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힘들었다. 어디에 갈 수도 없고 누구를 만나기도 어려웠던 고립된 삶 그리고 정체된 일상, 지금 생각해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생활이었다. 그때 어떻게 버틸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이 그때보다 나아졌을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몸으로 체감하지 못할 뿐, 앞으로 더 나가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고 돌아 여전히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면 흐름에 무뎌진다. 뉴스에선 여전히 불편하고 자극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반복되는 유쾌하지 않은 소식 앞에서 나를 비롯한 사람들 모두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무심해진 것이다.


감각을 잃는 것, 놀라지 않는 것, 즐겁지 않은 것,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징조 중의 하나이다. 어디를 가도 젊은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도 놀라고 즐거워하는 반면에 나이 든 사람들은 뭐가 불만인지 잔뜩 인상을 쓰고 있다.


자신은 인상을 쓰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간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묻어 있다. 누구도 세월을 피할 수 없었던 거다. 그래서 그런지 지나가다가 웃는 사람들은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뿐이다. 무엇이 그들에게서 웃음을 빼앗아 갔을까?


매사에 심드렁해지면 이미 나이가 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늙음은 마음과 정신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육체의 쇠락은 그다음 문제다.




파키스탄 출신 작곡가 자인 발로크는 말했다. "인생은 가을 같다. 짧으면서도 형형색색이다." 형형색색, 다시 맞은 가을이 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새로운 가을이다. 우리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벌써 10월 중순, 아름답지만 때로 처연한 비장미마저 느껴지는 계절이 목전이다. 잎들이 생명을 다하고 떨어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삶도 그렇게 덧없이 그리고 무심히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 얼굴에 고스란히 세월의 흔적만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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