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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21. 2023

함께 같은 풍경을 바라보았더라면

"절대 말이 많지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지만, 당신은 가만히 내 옆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봐 주었습니다. 그것만으로 나는 세상에 고독을 안고 사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구나 하고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오가와 이토의 <반짝반짝 공화국>에 나오는 글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 것이다. 때로 그 사람이 한심하게 보여도, 그만의 약점이 두드러져도 사랑에 빠졌을 때 함께 했던 시선으로 그 순간을 극복하는 것이다.


기다림과 인내, 더 나아가 내 시선이 아닌 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 사랑의 가장 완성된 형태가 아닐까.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내 시선만을 고집한 채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내가 보는 것을 보지 않는다고 서운해하고 섭섭하게 생각했다.


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너는 왜 나랑 다르게 생각하느냐고 탓하는 것은 바로 그 시선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를 수용하지 못한 어리석은 내 잘못이자 사랑의 마음을 잃어버린 탓이다.


지난 주말, 걸었던 광화문 그리고 경복궁. 가을 하늘답게 맑고 청명한 기운이 밤인데도 느껴졌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시끄러울수록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아야 한다. 시선을 조금만 옮기면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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