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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19. 2023

강함과 약함의 문제인가

상황이 문제인가. 아니면 상황을 대하는 내가 문제인가. 서머싯 몸의 단편소설 <호놀룰루>에는 평소 내가 고민했던 이 질문이 나온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적 반응을 관찰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어떤 이들은 참혹한 전투를 치르고도 눈앞에서 죽음의 공포와 상상을 초월하는 두려움을 겪고도 자신의 영혼을 무사히 지켜 내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적막한 바다 위에 뜬 달의 떨림이나 잡목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도 격렬한 발작을 일으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강함과 약함의 문제일까? 아니면 상상력의 부재나 인격의 불안정성 때문일까?"




사람들의 성격은 천차만별이다. 누구도 그 사람의 처지가 되어 보지 않고선 섣불리 말할 수 없기에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상황에 쉽게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는 건 분명하다.


상황과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무엇이 문제인가. 선뜻 무엇이 문제라고 답하기 어렵다. 인간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고 아무리 강한 사람도 상황이 어려우면 흔들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황에 반응하는 정도와 수습하는 능력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곧 극복하고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말이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어떻게 될지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에 대한 이 소설에서 작가의 답은 "잘 모르겠다"였다. 이상적으로는 상황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막상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그런 말이 공허하게 들리기도 한다. 비슷한 상황을 겪어봐야 비로소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질문 자체에 답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사람이라면 이미 답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질문의 횟수와 깊이만큼 내면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답을 찾고 못 찾고는, 세상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이 글을 읽었던 나나 또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답은 늘 나 자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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