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사랑이란 뭔가 가벼운 것, 전혀 무게가 나가지 않는 무엇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이 반드시 이런 것이어야만 한다고 상상한다. 또한 사랑이 없으면 우리의 삶도 더 이상 삶이 아닐 거라고 믿는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글이다.
내가 생각하는, 어쩌면 희망하는 사랑의 모습이 현실의 사랑과 차이가 있을 때 우리는 좌절하거나 심지어 절망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이런 게 아닌데, 이게 뭐지? 뭐가 문제일까?'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백마 탄 왕자나 동화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공주는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데도 누구나 그런 사람을 만나기를 꿈꾼다. 하긴 꿈꾸는 것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마는 그 꿈을 내 눈앞에 있는 상대와 끊임없이 저울질하면서 비극이 잉태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기 전에 이미 책을 통해서 또는 영화 등 각종 매체를 통해서 사랑에 대해 선행학습을 했던 거다. 사랑은 이런 거라고. 그래서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렇게 할 거라고.
그러나 내가 경험하는 사랑과 이론적인 사랑, 특히 다른 사람의 사랑과 같을 수 없다. 보편적으로 공통된 부분도 없진 않겠지만, 각자 나름의 이유로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나름의 이유로 헤어지고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다.
그러니 사랑이 어떠해야 한다고 규정짓는 순간, 어긋나는 건 필연적이다. 사랑 역시 다른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미리 생각해서 그러해야 한다고 단정 짓지 않는 것,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해서 완성해 가야 하는 것, 그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