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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22. 2023

현명한 사람에게 습관은 야망의 증거다

"나는 일상의 지루한 루틴을 따른다. 이런 일상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어지러운 일들에서 벗어나 나에 대해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새로운 것이 끼어들었을 때 더 크게 놀랄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탈리아 출신의 조각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말이다. 나도 내 나름의 루틴(routine), 습관을 따르는 편이다. 아니, 특별히 어떤 루틴을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일정한 습관을 지키며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성경을 읽고 짧게 기도나 명상을 한 후에 음악을 들으면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퇴근 후에도 산책을 갔다가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드는 생활. 거의 비슷한 패턴의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


언젠가 이렇게 반복되는 생활이 지겹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틀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거나 가보지 않던 길을 걸어보는 것 등등을 시도해 보았지만 이내 평소 생활로 돌아오곤 했다.




지난 주말 늦은 저녁 애플스토어에 들렸다가 근처 카페에 들러 차를 한 잔 마셨다. 보통은 카페에 가면 책을 읽으며 차나 커피를 마시는데, 어제는 책도 없이 집에 가는 길에 카페에 불쑥 들른 것이다.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았지만 왠지 을씨년스러운 것이 우울한 느낌도 들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마침 카페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왔다. 차 한 잔을 마시면서 경쾌하고 발랄한 음악을 들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늦은 시간이라 손님이 별로 없었지만 몇 안 되는 손님들이 가볍게 일행과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맘때가 되면 날씨 탓인지 우울해진다. 또 한 번의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해서 계절이 주는 우울감을 어떻게든 떨쳐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면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 역시 나만의 루틴을 깬 거지만 가끔은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카페에 가는 것이 책을 읽거나 누군가를 만나는 등 어떤 목적이 있었지만 아무 목적도 없이 가게 된 건 근자엔 처음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 루틴에 얽매이다 보면 지친다. 그럼에도 루틴이 중요한 건 카텔란의 말처럼 루틴한 삶이야말로 본질에 집중하고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루틴한 생활과 습관에 지나치게 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적절하게 균형 잡힌 생활을 하는 게 중요하다.


"똑똑한 사람에게 습관은 야망의 증거이다." 미국 시인 위스턴 오든(Wystan Hugh Auden, 1907 - 1973)은 한 말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바른 습관을 들이면 쓸데없는 열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물론 어떤 습관을 들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루틴하고 심플한 삶의 자세로 무엇을 하느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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