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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20. 2021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혁오/ Paul

백신을 맞은 그제, 이 곡을 다시 들었다. 일부러 찾아서 들은 건 아니고, 평소와 같이 랜덤으로 듣다가 다른 곡에 묻어서 이 곡이 흘러나왔으니 우연히 들었다고 할 수 있다.


혁오 밴드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할 때, 누군가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2002WorldCup>이 올려 있어서 무슨 곡인가 들어보다가 이 곡도 알게 되었으니, 처음 들은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다.





예전으로 돌아가 예전에 산다면

우린 우리 마음만 돌보자

새벽을 컵에 담아 날이 차오르면

두 잔을 맞대 보자


너와 내가 결국엔 우리가 버려버렸네요.

한창 어린 밤 같던 우리 마음도 늙어버렸네요


아, 잠시 기다렸던 마음은 참 빨라

왜 우린 등 떠밀려 저물까

우린 아는 만큼만 했었더라도 충분했겠네요





그의 표현대로 어린 밤 같았던 마음, 세월과 함께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젠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지금 아는 것의 반만큼이라도 그때 뭔가 했더라면 많이 달라졌을 텐데.


마음을, 서로의 마음을 돌보아 주었더라면, 그때 서로의 마음을 붙잡아둘 한마디 말이라도 했었더라면, 지금 이렇게 후회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때는 말이라는 것이 부질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뒤늦게 그것도 부질없이 '~했었더라면'만 반복하고 있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는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진 후 매일 밤, 그 사람을 그리워하며 글을 쓰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수신인도 없는, 그래서 붙일 수도 없는 편지를 그는 매일 밤 쓰고 또 쓴다.


“서로 사랑하고 있을 때는 말을 안 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사람이란 항상 사랑하지는 못하죠. 적당한 시기에 아내를 붙들어 둘 수 있는 좋은 말들을 생각해 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큰 이야기 속에 별로 주목할 부분도 아니지만, 내 주목을 끌었던 건 부족함이 많았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기도 해서다. 그래서 나는 이 곡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https://youtu.be/OawiAaG3CJ8

사랑한다고 말할 걸

오랜 시간이 흘러가 버렸어도


이토록 외롭고 덧없이

홀로 선 벼랑 위에서

흔들릴 줄 알았더라면


내 잊지 못한다는 한마디 들려줄 걸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사람이

꽃같이 남아 있다고 고백할 걸


<나해철 _ 그리운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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