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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an 02. 2024

상대방에 의해서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ㅡ 사랑

한동안 보편적인 의미가 아닌 '인간의' 사랑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 사랑에도 여러 형태가 있고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그 의미와 뜻이 달라지지만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인간이 하는 사랑에 대해 생각한 것이다.


나는 사랑의 완성단계를 '연민‘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마치 약한 나를 보는 것과 같은 쓸쓸한 마음. 그래서 언제까지나 옆에 있으면서 지켜줘야 할 것 같은 그런 것이 사랑이라고 믿는다.


하여, 사랑은 자기희생이고 자기 연민의 완성이다. 연약하고 부족한 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수용하고, 그 힘으로 그 사람도 같은 마음으로 인정하고 아껴 주는 것. 상대가 약점이 많고 허물투성이지만, 그럼에도 나 역시 그와 다르지 않은 부족한 인간임을 인정하고 그 마음으로 상대를 품어주는 것. 그게 우리의 사랑이어야 한다.


우리의 사랑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처음 마음이 끝까지 변하지 않는 영화나 문학작품 속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현실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내 기대와 바람에서 어긋나고 세월 속에서 쌓인 원망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사랑은 어느 순간 빛을 잃는다.


인간의 사랑이 세월에 따라 변하고 한순간의 위기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연민의 마음과 정으로 서로 끝까지 사랑한다면 세월이 주는 무뎌짐과 인생의 장애물을 이겨낼 수 있다. 사랑의 힘은 그런 것이어야 한다.


독일 철학자 헤겔(G. W. F. Hegel, 1770 - 1831) 역시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두 불완전한 개인이 따로 떨어져 존재하면서 서로를 찾아 헤매다가, 동시에 상대방 안에서 그리고 상대방에 의해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처음의 빛을 잃을 때가 있다. 그때도 노력해야 한다. 처음 느꼈던 그 빛을 찾기 위해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은 때로 힘들고 막막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처음의 빛을 기억해서 다시 힘을 내야 한다. 오직 사랑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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