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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an 05. 2024

그때는 사랑이 뭔지 몰랐으니까

"그때는 사랑이 뭔지 몰랐으니까요. 하긴 언제 제대로 안 적이 있긴 했을까요?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을 했었다면, 허영심과 탐욕 때문에 내 감정을 희생했겠습니까?"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에 나오는 글이다. 사랑할 때는 사랑을 알지 못하고 사랑을 잃은 후에는 사랑할 사람이 없고. 내가 그를 사랑했는지는 허영심, 탐욕, 이기심이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내 감정을 아는 데는 늘 한 발짝 늦었던 이유이다. 당연히 후회가 따라오고. 그러나 뒤늦게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사랑의 감정에서 핵심은 나는 사라지고 그가 전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대신 그만 보이는 것, 그게 진정한 사랑이다. 즉, 이기심을 버리고 나를 중심에 놓지 않고 상대를 내 중심에 놓는 것, 무엇보다 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래서 어느 순간 내가 사라지고 그만 남는 것이 사랑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 어떠해야 하는지 제인 오스틴만큼 간명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흔히 사랑,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사랑에 대해 말할 만큼 사랑을 알지 못한다. 그럴 자격도 없고. 하지만 가끔은 사랑이 말로만 흔해지는 세태에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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