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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an 10. 2024

소유냐 존재냐 ㅡ To Have or To Be

겐조는 부자가 되든지 명예로운 사람이 되든지, 둘 중 하나를 정해 엉거주춤한 자신을 매듭짓고 싶었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일은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에게 무리였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 되는 것 또한 세속적인 일을 신경 쓰기 싫어하는 겐조에게 맞지 않았다.


고민거리들을 잘 살펴보면 역시 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겐조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몹시도 초조해졌다. 돈의 힘으로 지배할 수 없는, 참으로 위대한 어떤 것이 있다는 사실을 그가 깨닫게 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나쓰메 소세키 ㅡ 한눈팔기, 156p)




돈과 명예, 없으면 불편하고 너무 많으면 삶이 위태로워진다. 특히 현대사회는 자본, 즉 돈의 힘이 막강하다. 심지어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없다고 할 정도다. 배금주의(拜金主義), 소위 맘모니즘(mammonism)의 지배 앞에 인간은 또 다른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돈이 많은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돈에 매어 있는 한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부자는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과 비교하며 더 갖기 위해 애쓰고, 가난한 사람은 당장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돈을 구한다. 아무리 많아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돈이다.


주인공 겐조가 살던 1910년대 일본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이 문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가 아닐까. 생활 여건은 그때보다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돈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으니 그때와 달라진 게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쓰메 소세키는 돈의 힘으로 지배할 수 없는 위대한 그 어떤 것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과연 황금이 만능이라는 의식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그가 말한 '어떤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찾아야 할까.




나는 겐조의 고민보다 작가가 언급한 이 부분에 마음이 쓰였다. 어지러운 현실, 눈앞에 닥친 복잡한 문제들 앞에서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황한다. 현실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고, 그렇다고 이상을 좇자니 불안하고. 이 중간에서 헤매다가 지쳐서 아까운 삶을 소진시키는 것이 보통의 인간들의 모습이다.


오랜 공직 생활을 그만둔 후 돈의 위력 앞에 더 노출된 것 같다. 돈이 많이 드는 시기를 살고 있어서 그런지 공직자로 살 때보다 돈을 더 의식하게 된다. 변호사를 선임할 때 쓰게 되는 소위 타임 차지(Time Charge), 시간이 돈이라는 인식, 모든 것이 돈으로 치환되다 보니 돈이 내 의식 곳곳을 지배하는 것 같다.


돈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나'라는 존재를 넘어설 수 없다. 아니, 넘어서게 하는 건 곤란하다. 돈 앞에 무너지면 존재 자체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돈을 쓸 데는 많은데 수입이 늘 만한 사정은 딱히 없고, 눈은 점점 높아져만 가고,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내 실상을 보면서 인생의 중반 이후를 이렇게 살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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