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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24. 2021

산다는 건...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사는 게 지겹다고 느낀 적이 있다. 무료하고, 지루하고, 아무런 멋도 없는 무익한 삶. 함께 있어도 딱히 할 말도 없는 상황. TV 앞에 앉아 있어도, TV를 보는 건지, 그냥 틀어놓은 건지 모르는. 아마 다른 사람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터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 같은 어제, 내일이라고 달라질까. 나만 그렇지 않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건, 우리 모두는 살아가도록 태어났기 때문이다. 의미를 부여하는 건, 나중 일이다. 조금 더 견딜 동기가 생기는 것일 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 매달리면 오히려 삶이 팍팍해진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천천히 맛과 향을 음미하며 마셔야 하듯, 지금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며 담담히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다시 스타벅스. 나이 지긋한 중년 남성이 창가 옆자리에서 토마스 만의 소설 <브란덴브르크가의 사람들>을 읽으며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근래 보기 드는 풍경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토마스 만의 소설을 읽고 있는 것도 생경했지만, 책을 읽는 자세가 너무 진지했기 때문이다.


토마스 만의 저 소설은 나도 한때 손을 댔다가 중간에 포기한 적이 있어서 그 사람이 더 인상에 남았는지 모른다. 순간 씁쓸해졌다. 참고 읽지 못한 나의 부족한 인내심 때문이기도 했고, 그 후에 저 책을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은 내 무심함까지 더해져서였다.


저 책을 다시 읽어야지 하면서, 읽고 있던 책에 눈길을 다시 돌렸다.






그날은 전날부터 흐리더니 이른 새벽부터 비가 왔다. 비가 오니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기분도 축 처지고. 꼭 오늘 같았다. 주말이라 더 자야지, 하고 누워 있었지만, 그 생각 때문인지 오히려 잠이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음악을 틀었다. 집중할 수 없었다. 음악은 흐르는데, 귓가를 스쳐 지나가고 만다. 그렇게 스쳐 지나간 시간이 또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 시간들이 고스란히 쌓여 후회로 남았는데...


그래도 주말이 있어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다. 감사하다. 주변에 책을 읽을 공간이 있다는 것도.


지금 해야 할 건, 지나간 시간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하는 거다. 모든 것이 그렇다.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삶이 공허해진다. 사는 것이 지루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노인의 독백. 


"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차라리 이게 한낱 꿈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고기는 잡은 적도 없고, 지금 이 순간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혼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 좋은 순간은 오래가는 법이 없다. 그러니 그 시간 이후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그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가느냐에 남은 생이 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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