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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22. 2021

뒷모습

심윤경 / 나의 아름다운 정원

사람들은 금요일을 기다린다. 곧 주말이고, 조금은 흐트러져도 좋을 것 같은 날. 속칭, '불금'이라고도 하는 날.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사실 지금도 정확한 의미는 알지 못한다.


금요일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 표현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기도 했고. 어쩌면 나와 무관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남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날, 마치 시험을 다 보고 나서 느껴지는 허탈감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누군가와 헤어질 때, 가급적 뒷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뒷모습이 안쓰럽고 때로 애틋하지 않았던 적이 별로 없었으니까.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사람도 돌아서면 쓸쓸해 보인다. 그 쓸쓸함이 싫었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에게 내 뒷모습을 보여주기도 싫었다. 그러나 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봤으니까.


심윤경 작가의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주인공 동구가 선생님과 헤어질 때 가졌던 이 마음처럼.


"헤어질 때 선생님과 나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마침내 완전히 뒤돌아서 멀어져 갈 때면, 나는 학교 옆에 있는 목욕탕 뒤에 숨어 선생님의 뒷모습이 가뭇없이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곤 했다."


뒷모습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상징한다. 헤어지기 싫은 아쉬움, 함께 더 있지 못하는 데서 오는 안타까움 그리고 그 사람이 내 시선에서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그 자리를 지켜야 할 것만 같은 어떤 마음, 뒷모습에서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배웠다.






뒷모습은 앞모습과 달리 모두 비슷하다. 잘난 사람이건, 그렇지 못한 사람이건 별 차이가 없다. 뒷모습은 앞모습이 말해주지 않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우리가 주목하지 않아서 보지 못하는 것일 뿐.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매일 신경 쓰고 꾸미고 사는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정직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런 내 뒷모습을 나는 보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스스로에게 진실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시간 역시 우리의 뒷모습을 많이 닮았다. 한 번 가면 다시 붙잡을 수 없고, 속절없이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그래서 아쉬운 것이 시간이란 존재다. 시간은 무채색이고 아무 감정도 없다. 우리 뒷모습처럼 거기에 어떤 감정을 입히고 어떤 색으로 채워갈지는 순전히 우리 몫이다.


가는 세월에게 '나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니? 너무 무심한 거 아니니? 좀 기다려줄 수 없니? 하고 묻고 싶지만, 어떻게든 붙잡고 싶지만 답을 기대할 수 없다. 세월을 탓할 수도 없다. 그 질문은 결국 내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거니까. 시간을 그렇게 써버린 내 책임이니까.





기분이 우울하면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하면 미래에 사는 것이며,

마음이 평화롭다면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노자에서 보았던 구절이다. 지난 시절을 잊지 못하고 연연하는 나를 보면서 한편으로 이해는 가면서도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 여전히 과거라는 ‘시간의 뒷모습’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지도.


The Piano Guys의 이 곡은 무척 인상적이다. 홀로 피아노를 치면서 피아노 선율에 자신을 맡기는 연주자의 아름다운 ‘뒷모습’ 때문이다.


https://youtu.be/2ZQK5NmVG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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