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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05. 2024

겨울은 겨울다워서 좋고

요 며칠 무척 추웠다. 영하 10도 이하의 추운 날씨, 춥다고 하지만 사실 지금이 한겨울인 1월인 점을 감안하면 계절은 딱 거기에 맞게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추우면 몸이 움츠러들고 덩달아 마음까지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추워서 좋은 점도 있다. 공기가 선명해지고 하늘이 맑아진다는 점이다. 하도 추우면 코끝으로 스미는 공기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가끔은 이런 맑고 선명한 느낌이 좋을 때도 있다.


날씨가 지나치게 추우면 과연 따뜻한 봄이 올까 하는 마음이 든다. 지금의 혹한이 과거의 경험을 압도하고 잊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추울 때는 여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더울 때는 겨울을 잊고 산다. 어서 여름이 왔으면 하지만, 막상 여름이 되면 더워 죽겠다면서 겨울을 그리워한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이 지닌 숙명적인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추운 날씨도 내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결국 끝이 있기 마련이다.

"겨울밤에, 내 콧잔등에 와닿는 공기는 차고 가벼웠다. 여름에, 나는 세상이 선명해지고 공기 중에 습기가 빠져서 별들이 가까워지는 겨울을 기다렸다."


김훈 작가의 글이다. 겨울은 겨울다워서 좋다.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순간이 좋은 시간이다. 누가 아는가. 언젠가 춥다 춥다 했던 이 시간이 그리워질 날이 올지를. 지난해 뜨거웠던 여름, 이 겨울을 기다렸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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