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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07. 2024

쓸쓸한 풍경

지지난 주 토요일, 오후에 날씨가 좋아서 오랜만에 시내를 걸었다. 며칠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던 매서운 추위도 한결 가셨다. 걸으면서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았다. 거리의 풍경이 다 같지 않았다. 어느 곳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반면에 어느 곳은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얼마 전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앞질렀다는 기사(링크)를 봤는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어쩌면 예전에는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이제야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등산복 차림의 나이 든 사람들이 시내 곳곳을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이 썩 보지 좋지 않았다.


등산복은 산에 갈 때 입는 옷인데, 아마 근처에 있는 산에 다녀오는 길인지 모르겠지만, 그 차림으로 시내를 활보하는, 얼굴에는 술기운이 가득한 장년의 사람들을 보면 씁쓸해진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 어디 갈 곳이 없어 혼자 떠도는 모습도 내심 불편했다.


나도 이런데 하물며 나보다 젊은 사람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는 마음에 서둘러 그 거리를 빠져나왔다. 이 글이 나이 든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세대 간의 차별을 자극하려고 쓰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머물 곳을 잘 헤아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직장에서 은퇴하면 할 일이 없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식들도 독립할 경우에는 부부 또는 혼자 살아야 한다. 이런 현실이 빨리 오느냐 늦게 오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나에게 그때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지금 모습이 곧 다가올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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