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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11. 2024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 그래서 더 어려운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갑은 열고 기대는 낮추라는 말이 있는데, 현실에선 잘되지 않는다. 뭔가 바라는 것이 없다면 관심도 없을 테니, 뭔가 기대하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점점 더 멀어지기도 한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관계일수록 적당한 균형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 건강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비결이기도 하고.


설 명절, 즐거워야 할 명절이 같이 있는 누군가로 인해 기분이 상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대개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행복해야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평소 자주 연락하거나 종종 봐왔던 사람이라면 모를까, 오랜만에 본 친척은 그 시간만큼이나 마음의 거리나 친밀도가 멀어져 있다. 떨어져 있던 거리나 시간만큼 서로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해 자칫 실수를 하기도 한다. 가까운 관계라는 이유로 더 많은 오해나 섭섭한 마음이 쌓이는 것이다.


차라리 모르는 남이었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일이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하는 마음이 들면 그가 용납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마음을 비우고 상대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것이다. 그도 나와 비슷한 연약한 인간이라는 것,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거나 말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혹시 까칠하거나 냉소적으로 나를 대한다면, 나에 대한 관심을 그렇게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너그럽게 받아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차마 직접 하지 못하고 빙빙 둘러 괜히 관심 없는 척하는 사람의 심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밑바닥에 깔린 그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바로 소통의 전제조건이다.  


이렇게 말하고도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나도 다짐하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좀 더 부드러워지자고. 나부터 덕담을 하면서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먼저 건네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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