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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12. 2024

시간은 의식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쉬는 날인데도, 하루 종일 별거 아닌 일에 신경을 쓰느라 두서없이 보냈다. 딱히 바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몸이 바빴다기보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마음이 이리저리 갈라져 분주했던 것이다.


오늘이 긴 설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 4일을 연속으로 쉬었으니 연휴가 길었다고 할 수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짧았다고도 할 수 있다. 나는 어떤가를 생각했다.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늘 그랬다. 연휴가 시작될 때는 긴긴 연휴에 '뭘 해야 할까?' 하는 막막한 마음이 들다가도 연휴를 다 보내고 나면 '그동안 뭘 했지?'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휴에는 시간이 무의미해진다. 시간은 의식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이다. 많이 갖고 있으면 소유 자체가 의미를 갖기 어렵다. 돈이 많은 소위 재벌이나 부자들에게 돈이 별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처럼.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 젊은 사람들에게 생의 유한함이나 죽음이 절실히 와닿지 않는 것처럼.


매 순간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남아 있는 것까지 포함해서)이 무엇인지 세심히 살피며 소중히 여겨야 할 이유이다. 그것도 곧 잃을지도 모른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는 이번 설 명절 연휴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고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남은 하루라도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보리라. 이런 생각이 꼭 마지막 날에 드니, 나도 참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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