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인데도, 하루 종일 별거 아닌 일에 신경을 쓰느라 두서없이 보냈다. 딱히 바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몸이 바빴다기보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마음이 이리저리 갈라져 분주했던 것이다.
오늘이 긴 설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 4일을 연속으로 쉬었으니 연휴가 길었다고 할 수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짧았다고도 할 수 있다. 나는 어떤가를 생각했다.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늘 그랬다. 연휴가 시작될 때는 긴긴 연휴에 '뭘 해야 할까?' 하는 막막한 마음이 들다가도 연휴를 다 보내고 나면 '그동안 뭘 했지?'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연휴에는 시간이 무의미해진다. 시간은 의식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이다. 많이 갖고 있으면 소유 자체가 의미를 갖기 어렵다. 돈이 많은 소위 재벌이나 부자들에게 돈이 별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처럼.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 젊은 사람들에게 생의 유한함이나 죽음이 절실히 와닿지 않는 것처럼.
매 순간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남아 있는 것까지 포함해서)이 무엇인지 세심히 살피며 소중히 여겨야 할 이유이다. 그것도 곧 잃을지도 모른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는 이번 설 명절 연휴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고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남은 하루라도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보리라. 이런 생각이 꼭 마지막 날에 드니, 나도 참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