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Feb 22. 2024

세월의 강을 건너서

영화 ㅡ Past Lives

<넘버 3>로 유명한 송능한 감독의 딸인 셀린 송이 만들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영화 <Past Lives, 패스트 라이브즈> 제96회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었거나 전미 비평가 협회상(작품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는 사실 외에도 내 눈길을 끈 이유는 또 있다. 넷플릭스나 요즘 우리 영화에선 보기 드문  남녀 간의 인연과 사랑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우리가 만든 영화를 봐도 세기말적인, 인류가 멸망한 후의 험난한 삶을 다루거나 좀비나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조폭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언젠가부터 내가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이유이다.


자극, 자극 또 자극... 모든 것이 마비되어 버릴 것만 같은 현란하고 폭력적인 화면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가라앉고 멍해진다. 정작 자극이 필요한 것은 우리 내면인데도. 잔잔하게 밀려오는 물결처럼.


그렇다고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이 다르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극장에 종종 갔는데, 이젠 발걸음을 뚝 끊었다. 보고 싶은 영화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은 우리가 겪거나 겪을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삶을 충실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같은 동네에 살게 된 인연으로 알고 지냈지만 외국으로 떠나면서 헤어지고. 그렇게 인연이 끝나나 보다 했다.


12살의 어느 날, '해성(배우 유태오)'의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린 첫사랑, '나영(배우 그레타 리)'.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다 SNS를 통해 우연히 어린 시절 첫사랑인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 한 번의 12년 후, 인연의 끈을 붙잡기 위해 용기를 내어 뉴욕을 찾은 해성. 수많은 ‘만약’의 순간들이 스쳐가며, 끊어질 듯 이어져온 감정들이 다시 교차하는 영화.


우리는 서로에게 기억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 인연이었을까? 인연이라면 그건 도대체 무엇일까. 영화는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겪었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우리가 그동안 간과하고 살았던 삶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영화 이름이 past lives, 즉 이전의 삶, ‘전생'인 것도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OST. 특히 캣 파워(Cat Power)의 <stay>가 인상적이다. 리한나(Rihanna)의 곡으로 익히 알려졌던 곡, Cat power가 리메이크해서 더 인상적이다.


나는 영화의 예고편과 음악을 들으며 잠시 지난 시절을 떠올렸다. 한때 나를 웃게도 하고 슬프게도 했던 나의 인연에 대해.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해. 그리고 또 안타까운 이 현실에 대해..

매거진의 이전글 변하지 않고 흐르지 않는 걸 사랑했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