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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26. 2024

우리의 일상을 닮은 영화가 있었으면

TV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시간이 나서(특히 주말에) TV를 틀어도 예능이나 오락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어서 딱히 볼 프로를 찾기 어렵습니다. 리모컨만 이리저리 돌리다가 끈 적도 여러 번, 그마저도 보고 있으면 출연자들의 억지웃음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지만 곧 마음이 허해집니다. 현실을 반영한 영화나 드라마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넷플릭스나 극장에서 하는 영화만 봐도 <범죄도시> 등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영화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유의 영화를 하도 봐서 자극에 둔감해진 탓인지 잔인한 장면이 나와도 여간해선 놀라지도 않습니다. 무뎌진 것이지요. 그렇다고 남녀 간의 과장된,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신파조의 드라마를 보는 것도 썩 마땅찮습니다.

요즘 시간이 나면 보는 시리즈는 <나의 해방일지>와 <성난 사람들, Beef> 정도입니다. '나의 해방일지'는 식구들끼리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장면이 유독 많이 나오는데 보고 있으면 마치 저도 그 자리에서 그들과 같이 밥을 먹는 것 같아 덜 외로워집니다. 주인공들의 피곤한 일상을 보면서 바로 내 이야기구나 싶기도 하구요.


구씨(배우 손석구)가 왜 저런 시골에 처박혔는지, 몸을 쓰는 노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술만 마시는지 그 마음을 헤아리다 보면 그의 아픔과 상처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염미정(배우 김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에서 벗어나 자기답게 살고 싶어 하는 그녀를 보면서 동병상련의 묘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성난 사람들>은 여러 상을 받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 시나리오 모두 탄탄합니다. 무엇보다 각 시리즈 말미에 나오는 음악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감독이 음악에 일가견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물론 <나의 해방일지>에도 좋은 노래가 많이 나옵니다. 아마 음악 때문에 이 드라마들을 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구씨처럼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술만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쩌면 사치스러운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나의 해방일지'에 자주 나오는 곡을 소개합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하늘이 잔뜩 흐립니다. 5월도 막바지입니다. 무심하게 시간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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