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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13. 2024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요구 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글이다.


오래전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사랑할 수 없다니,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그때는 몰랐다. 인생의 경험이 쌓인 지금의 나이에 이르고 보니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사랑은 그의 존재를, ㅡ단점이 있든 약점이 있든ㅡ,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것. 만약 그의 존재 자체가 아닌 다른 무엇을 더 원한다면 온전히 사랑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내가 누군가의 사랑을 기대한다면, 나부터 그를 온전히 사랑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혹시 그의 배경이나 학벌, 경제적인 능력 등 외적인 조건이나 심지어 나를 사랑해 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 때문은 아닌지를.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랑은 조건과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함께 무너지고 만다. 사랑과 결혼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 그것도 아무런 조건이나 기대 없이, 오롯이 그 사람 자체만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전 존재를 흔드는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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