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헤어진 여자친구(또는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면 기분이 어떨까? 반가울까 아니면 어색할까. 과거와 달리 SNS가 발달한 요즘 시대에는 헤어져도 헤어진 것이 아닐 수 있다. 처음에는 모든 관계를 끊을 기세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사람에 대한 동정이 궁금해지면서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지 모른다. 나 없이도 잘 사는지, 누구를 만난 건 아닌지, 결혼은 했는지 등등.
정영수의 단편 <서로의 나라에서>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조아현이라는 여인과 연인 관계가 아니었다. 술자리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 잠시 만났다가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관계가 끊어진 흔히 있을 수 있는 그렇고 그런 관계. 그럼에도 주인공은 그녀에 대한 정보를 찾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메시지도 남겼는데 답이 없었다. 처음에는 메시지를 보지 못한 모양이라고 생각했지만 며칠이 지나서는 그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것은 그녀의 미니홈피에는 여전히 새로운 글들이 올라온다는 사실이었다. (...)
그녀에게 내가 혹시 무언가 잘못한 게 있느냐고 길게 메시지를 남겼지만 역시나 답은 오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그래, 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하렴. 어차피 우리가 뭐 그렇게 대단한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하고 포기해 버렸다. 사람들은 이유 없이 가까워졌던 것처럼 이유 없이 멀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지면서 연락이 끊어지고 서로에게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 관계였다면 딱히 어떤 감정을 나누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것도 헤어진 거라면 헤어진 거다. 예전에는 SNS도 별로 하지 않았으니 서로에 대한 정보도 남아 있지 않을 터. 주인공처럼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찾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잊히게 놔둘까.
아무튼 주인공은 그녀의 정보를 확인하고 헤어진 지 십 년이 훨씬 더 지나서 외국에서 그녀를 다시 만난다. 그 사이에 그들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주인공 역시 그녀를 통해 세월의 흔적, 서로 간의 거리 차이만 확인할 뿐이다.
주인공은 주인공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서로를 다시 잊은 채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어쩌면 잊으려고 노력했는지 모른다. 그는 여전히 그녀의 SNS를 찾아 동정을 살피지만, 그녀는 주인공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 역시 호기심을 넘어서 그녀에게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 생각이 나면 SNS를 찾아볼 뿐. 언젠가 그마저도 시들해져 버리고 말겠지만.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는 건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다. 관계는 이미 끝났고 그 사람이 내가 만났던 그 시절의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흘러간 것은 흘러간 대로 두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를 통한 연결이 여전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어쩌면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SNS 핑계를 대는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