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사람이 되긴 어렵다. 내면이 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도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의 허물과 실수에 너그러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곧고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스스로와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내 뼈나 살만큼 곧고 단단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을까. 내 피만큼 따뜻한 온기를 지니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나는 피와 뼈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드럽지도, 단단하지고, 따뜻하지도 못했던 지난 시절, 필생의 사랑을 하지 못했던 건 그 이유 때문인지도.
** 소개한 시는 2001년 9월에 출간된 문정희 시인의 시집 <오라, 거짓 사랑아>에 수록된 '알몸 노래 ㅡ 나의 육체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