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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8. 2024

세월의 흔적 인생의 거울

주말에는 이른 아침, 집에서 가까운 산에 갑니다. 평지가 아닌 산길을 걷다 보니 발밑을 유심히 살피며 걸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넘어질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아래로 향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주변 풍경을 살펴볼 여유를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요. 길이 익숙해지자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부터 어린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나이만큼이나 표정도 다양합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표정이 굳어 있는 반면, 젊은 사람들은 표정이 밝습니다. 아직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더 많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월의 흔적!! 산을 찾는 나이 든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세월을 느꼈습니다. 생로병사, 고생, 삶이 주는 짐과 무게 같은 것이 그들에게서 느껴졌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깊게 새겨진 얼굴들을 보면, 인생의 무게와 시간이 남긴 흔적이 얼마나 깊이 새겨져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은 무겁게 다가오지만, 때로 아름답기도 합니다. 우리가 걸어온 시간의 기록이자 우리 인생의 소중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산행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다가 과연 저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별로 웃지 않는데, 아마 인상 참.... 이런 생각에 눈살이 찌푸려졌을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라고 어려움이 없었겠습니까? 이겨내거나 잊고 지금을 사는 것이겠지요.


때로 젊은이들의 생동감, 생명력이 부럽습니다. 매사에 활력이 넘칩니다. '나한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까?' 글쎄요. 그런 때가 있었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망각, 인간은 곧 잊기 때문입니다. 하긴, 잊지 않으면 험난한 인생길을 걸어가기 어렵겠지요.  


사람들은 저의 거울이자 또 다른 나의 모습입니다. 거울을 응시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저의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거울이 내 앞에 있다는 사실까지 바꿀 수 없습니다.


비 온 뒤라 그런지 공기가 청명하고 하늘이 맑았습니다. 여름입니다. 모든 생명들이 절정인 시기, 저에게 몇 번의 여름이 남아 있을까요? 한때의 여름날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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