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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03. 2021

가을,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가을/글쓰기


글을 쓴다고 당장 달라지는 건 없다. 다만 (한 줄이라도) 글을 쓰는 동안 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유익이 있다. 생각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뭔가를 쓰려면 집중해야 하니 집중력도 키울 수 있다. 그런 힘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몰라보게 달라진 스스로를 보게 되리라.


지난주 월요일, 월요병까지는 아니더라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려니 아무래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긴 추석 연휴 끝에 주말까지 겹쳐 더 그런 것 같다. 잠깐이라도 여기에 뭘 쓰는 것은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의 일환이다.


잠시 사무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흐린 하늘, 뭐라도 쏟아질 듯하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긴 행렬, 이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





'인간은 시들기 위해 태어났다'는 시구절을 본 적이 있다. 태어나 시드는 게 인간의 운명이라는 말이다. 가을은 'autumn'이라도 하지만, 'fall'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왠지 'fall'이 더 와닿는다.


여름 내 무성했던 잎이 떨어지는 계절, 수확으로 빈 공간이 늘어나는 계절. 성한 것은 쇠락한다는 말을 이 계절만큼 정확히 보여주는 것도 없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잃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더 잃게 되는 인생의 진리 앞에서 쓸쓸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Google의 창업 초기 모토가 Don’t be evil. ‘사악해지지 말자’라고 한다. 나는 어떤 모토로 살아야 할까? 순간 이 말이 떠올랐다.


Don’t be serious!!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그동안 너무 진지하게 그리고 매사에 심각했다. 피곤할 정도로. 때로 스스로를 놔줄 필요가 있다. 그래도 아름다운 가을이지 않은가.





많은 기적들 중 하나:

공기처럼 가볍고 조그만 구름 하나가

저 무겁고 거대한 달을 가릴 수 있다는 사실. 

 

 

<기적을 파는 시장 _ Wisława Szymbor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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